여러분은 일할 때나 책을 읽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어떤 음악을 들으시나요? 이런 순간을 위한 음악은 의외로 찾기 어렵습니다. 가사가 있는 곡들은 나도 모르게 가사에 집중하게 되고, 가사가 없어도 비트가 있으면 박자를 타게 됩니다. 그렇다고 음악 없이 하자니 어딘가 허전하고요.
이처럼 우리에겐 뭐라 정의하기 힘들지만 은은한 향처럼 공간을 채워줄 음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음악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바로 전시회나 팝업 스토어, 유튜브 등에서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앰비언트 뮤직 (ambient music)입니다.
‘공부하기 좋은’, ‘일하면서 틀어 놓는’, ‘코딩할 때 듣는’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보셨을 거예요. 앰비언트 뮤직은 그런 콘텐츠에 꼭 들어가는 장르입니다. 전자악기 효과음이나 자연의 소리 등을 조합해 나만의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 주니까요. ‘분위기’, ‘환경’ 등을 뜻하는 앰비언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향 같은 음악이 되어줄 앰비언트 뮤직을 소개합니다.
U2와 콜드플레이 (Coldplay)의 프로듀서, ‘공항을 위한 음악’으로 앰비언트 뮤직을 개척하다.
1960~70년대는 신시사이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악기가 도입되며 음악가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던 때였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앰비언트 뮤직이라는 장르를 최초로 정의한 사람은 U2, 콜드플레이 (Coldplay) 등 세계 정상급 밴드들의 프로듀서를 맡은 브라이언 이노 (Brian Eno)였습니다.
브라이언은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진 않았지만 남다른 실험자였습니다. 테이프 리코더로 즉흥적인 음악을 만들고, 피아노 여러 대를 모아 분해한 후 테니스공을 던져 나는 소리를 녹음해 ‘피아노 테니스’라는 작품으로 발표하기도 했고요. 1970년대에는 글램 록 (Glam Rock) 밴드 록시 뮤직 (Roxy Music)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와 함께 영미권 대중 음악에 큰 영향을 준 그룹이예요.
브라이언은 “내가 (록시 뮤직 멤버들을 우연히 만난) 그날 지하철을 타지 않았거나 시간 차이로 멤버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예술 교사로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정도로 밴드 생활은 그의 음악 경력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끊임없이 투어를 돌며 공연하는 아티스트 생활은 마음에 들지 않아 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나는 스튜디오와 뮤지션들을 다양하게 다룰 수 있는 기술자에 가깝다”고 말했던 그는 록시 뮤직을 탈퇴하고, 솔로로 활동하며 음악적 실험을 계속하게 됩니다.
꾸준한 시도 끝에 브라이언 이노는 1978년 9월, [Ambient 1: Music for Airports]를 발표합니다. “브라이언 이노 = 앰비언트 음악의 시초”라는 타이틀을 선물해 준 작품이죠. 브라이언은 앰비언트를 “스쳐 지나가듯이 들을 수 있는, 평온함과 사유를 끌어내는 음악”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기존의 음악보다 낮은 음량으로 은은하게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겁니다.
브라이언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소음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소리, 정신없이 울려 퍼지는 안내방송. 브라이언은 이런 소음을 대신할 ‘공간을 위한 사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한 반복이 가능한 루프 (loop) 형식으로 첫 앰비언트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이 실제로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며 앰비언트 음악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전자악기가 더 다양한 소리를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앰비언트 음악도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전 세계의 뮤지션들이 ‘공간을 채운다’라는 앰비언트 음악의 정체성을 재해석하며 다양한 장르와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디스코의 뒤를 이은 하우스 (House), 기계적인 질감이 특징인 테크노 (Techno), 규칙적인 박자가 매력인 힙합까지. 앰비언트 음악은 특유의 유연함을 바탕으로 다른 장르로 퍼져나갔습니다. 메탈과 손을 잡은 다크 앰비언트 (Dark Ambient), 실험적인 면을 끝까지 밀고 나간 IDM (Intelligent Dance Music) 같은 장르도 나타났습니다.
앰비언트 음악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순간, 나만을 위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르에 녹아들며 손을 내밀고 있어요. 영국에서는 앰비언트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요가와 푸드마켓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음악과 결합한 우드브릿지 앰비언트 뮤직 페스티벌이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10월 바람과 비, 파도 등의 소리와 국악 및 클래식을 결합한 앰비언트 콘서트가 열렸고요. 이제 앰비언트 음악은 언제 어디서나 나만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장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일상 속 다양한 순간을 채워 줄, 앰비언트 뮤직 아티스트 8선.
여러분이 꼭 들어보았으면 하는, 앰비언트 뮤직에 관심이 있다면 알아두어야 할 뮤지션들을 모았습니다. 공항의 소음부터 아프리카의 드럼 박자, 식물이 자라는 모습, 우주의 신비함 등 다양한 영감을 음악으로 꽃피운 8명의 예술가는 오롯이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감을 선물해줄 거예요.
1. 브라이언 이노 (Brian Eno)
‘앰비언트 뮤직’이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확립한 뮤지션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제너레이티브 뮤직 (Generative Music)’을 제안하는 등 음악적 실험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어요. 그의 대표적인 <Ambient 1: Music for Airports>는 최초의 앰비언트 음악 앨범으로 평가받습니다. “최대한 흥미로우면서도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는 브라이언의 앰비언트 정신이 가장 잘 담겨있습니다.
1980~1990년대 테크노와 앰비언트 장르를 융합하는 시도로 앰비언트 뮤직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영국의 DJ이자 프로듀서입니다. 하나의 음악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적 시도를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어요. 1994년 발표한 <Selected Ambient Works Volume II>는 우주 한가운데 있는 듯한 몽환적이고 공허한 멜로디가 돋보입니다.
4. 요시무라 히로시 (Hiroshi Yoshimura)
1980년대 도쿄 지하철, 오사카 국제공항 등 다양한 공간의 효과음을 담당한 요시무라 히로시는 일본 앰비언트 음악계의 선구자 중 하나입니다. 그의 대표작인 <Green>은 새의 지저귐과 귀뚜라미의 울음, 물줄기의 흐름 등 자연의 소리를 미니멀한 멜로디와 조합해 평온한 숲속에 온 것 같은 감상을 줍니다.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처럼 들렸으면 좋겠다.”는 요시무라의 말처럼, <Green>은 나만의 여유를 가지고 싶을 때나 마음을 편안히 하고 싶을 때 듣기 좋아요.
5. 스스무 요코타 (Susumu Yokota)
20년 동안 매년 앨범을 발매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한 스스무 요코타는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앰비언트 뮤지션입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 ‘러브 퍼레이드 (Love Parade)’에 일본인으로는 최초로 참가하며 이름을 알렸고, 테크노와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적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2000년에 발매한 <사쿠라 (Sakura)>는 일본 전통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그의 대표작입니다.
6. 모트 가슨 (Mort Garson)
캐나다의 모트 가슨은 식물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 그리고 식물도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듭니다. 세계 최대의 음악 데이터베이스 올뮤직 (AllMusic)은 그를 “이지 리스닝부터 오컬트 영향을 받은 일렉트로닉 팝까지,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기이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죠. 신시사이저의 다채로운 활용으로 극찬을 받은 1976년 작품 <Mother Earth’s Plantasia>는 아기자기하면서도 편안한 리듬이 포인트입니다. 반려 식물과 함께 들으면 더 좋습니다.
7. 막스 리히터 (Max Richter)
드라마 <블랙 미러 (Black Mirror)>와 영화 <컨택트 (Arrival)>,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등의 음악을 맡은 영국의 막스 리히터는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계의 거장입니다. 현대인을 위한 8시간짜리 자장가 <Sleep>,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낭독한 세계인권선언문과 오케스트라를 결합한 <Voices> 등 신선한 시도로도 유명합니다. 2003년 발표한 <The Blue Notebooks>는 한 편의 영화를 귀로 듣는 듯한 선율로, 듣는 사람이 자신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8. 윌리엄 바신스키 (William Basinski)
릴 테이프를 잘라 이어 붙이고, 시간이 지나 테이프가 늘어져 변하는 소리를 녹음하는 등 남다른 작업물들을 선보여 온 윌리엄 바신스키는 미국의 대표적인 ‘실험 작곡가’입니다. 그가 2002년 발표한 대표작 <The Disintegration Loops>는 오래된 테이프들을 반복 재생하며 달라지는 소리의 질감을 고스란히 살려 주목받았습니다. 2003년 <Watermusic II>는 보다 듣기 편한, 잔잔히 흐르는 물의 모습을 닮은 앨범입니다.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떠내려 보내고 싶을 때 이 음악을 들어보세요.
향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우리에게 수많은 기억과 감정을 각인시키고, 나아가 우리 삶 속에서 많은 부분을 결정합니다. 그랑핸드는 이러한 향의 가치를 믿으며, 이를 매개로 한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향의 일상화를 꿈꿉니다. 그랑핸드는 쉽게 소비되고 잊혀질 무언가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뚜렷한 존재감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과 온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향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우리에게 수많은 기억과 감정을 각인시키고, 나아가 우리 삶 속에서 많은 부분을 결정합니다. 그랑핸드는 이러한 향의 가치를 믿으며, 이를 매개로 한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향의 일상화를 꿈꿉니다. 그랑핸드는 쉽게 소비되고 잊혀질 무언가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뚜렷한 존재감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과 온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white cube
비움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는 공기같은 음악, 앰비언트 뮤직.
여러분은 일할 때나 책을 읽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어떤 음악을 들으시나요? 이런 순간을 위한 음악은 의외로 찾기 어렵습니다. 가사가 있는 곡들은 나도 모르게 가사에 집중하게 되고, 가사가 없어도 비트가 있으면 박자를 타게 됩니다. 그렇다고 음악 없이 하자니 어딘가 허전하고요.
이처럼 우리에겐 뭐라 정의하기 힘들지만 은은한 향처럼 공간을 채워줄 음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음악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바로 전시회나 팝업 스토어, 유튜브 등에서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앰비언트 뮤직 (ambient music)입니다.
‘공부하기 좋은’, ‘일하면서 틀어 놓는’, ‘코딩할 때 듣는’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보셨을 거예요. 앰비언트 뮤직은 그런 콘텐츠에 꼭 들어가는 장르입니다. 전자악기 효과음이나 자연의 소리 등을 조합해 나만의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 주니까요. ‘분위기’, ‘환경’ 등을 뜻하는 앰비언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향 같은 음악이 되어줄 앰비언트 뮤직을 소개합니다.
U2와 콜드플레이 (Coldplay)의 프로듀서, ‘공항을 위한 음악’으로 앰비언트 뮤직을 개척하다.
1960~70년대는 신시사이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악기가 도입되며 음악가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던 때였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앰비언트 뮤직이라는 장르를 최초로 정의한 사람은 U2, 콜드플레이 (Coldplay) 등 세계 정상급 밴드들의 프로듀서를 맡은 브라이언 이노 (Brian Eno)였습니다.
©udiscovermusic
브라이언은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진 않았지만 남다른 실험자였습니다. 테이프 리코더로 즉흥적인 음악을 만들고, 피아노 여러 대를 모아 분해한 후 테니스공을 던져 나는 소리를 녹음해 ‘피아노 테니스’라는 작품으로 발표하기도 했고요. 1970년대에는 글램 록 (Glam Rock) 밴드 록시 뮤직 (Roxy Music)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와 함께 영미권 대중 음악에 큰 영향을 준 그룹이예요.
©pitchfork
브라이언은 “내가 (록시 뮤직 멤버들을 우연히 만난) 그날 지하철을 타지 않았거나 시간 차이로 멤버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예술 교사로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정도로 밴드 생활은 그의 음악 경력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끊임없이 투어를 돌며 공연하는 아티스트 생활은 마음에 들지 않아 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나는 스튜디오와 뮤지션들을 다양하게 다룰 수 있는 기술자에 가깝다”고 말했던 그는 록시 뮤직을 탈퇴하고, 솔로로 활동하며 음악적 실험을 계속하게 됩니다.
꾸준한 시도 끝에 브라이언 이노는 1978년 9월, [Ambient 1: Music for Airports]를 발표합니다. “브라이언 이노 = 앰비언트 음악의 시초”라는 타이틀을 선물해 준 작품이죠. 브라이언은 앰비언트를 “스쳐 지나가듯이 들을 수 있는, 평온함과 사유를 끌어내는 음악”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기존의 음악보다 낮은 음량으로 은은하게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겁니다.
브라이언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소음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소리, 정신없이 울려 퍼지는 안내방송. 브라이언은 이런 소음을 대신할 ‘공간을 위한 사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한 반복이 가능한 루프 (loop) 형식으로 첫 앰비언트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이 실제로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며 앰비언트 음악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전자악기가 더 다양한 소리를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앰비언트 음악도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전 세계의 뮤지션들이 ‘공간을 채운다’라는 앰비언트 음악의 정체성을 재해석하며 다양한 장르와 결합을 시도했습니다. 디스코의 뒤를 이은 하우스 (House), 기계적인 질감이 특징인 테크노 (Techno), 규칙적인 박자가 매력인 힙합까지. 앰비언트 음악은 특유의 유연함을 바탕으로 다른 장르로 퍼져나갔습니다. 메탈과 손을 잡은 다크 앰비언트 (Dark Ambient), 실험적인 면을 끝까지 밀고 나간 IDM (Intelligent Dance Music) 같은 장르도 나타났습니다.
앰비언트 음악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순간, 나만을 위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장르에 녹아들며 손을 내밀고 있어요. 영국에서는 앰비언트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요가와 푸드마켓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음악과 결합한 우드브릿지 앰비언트 뮤직 페스티벌이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10월 바람과 비, 파도 등의 소리와 국악 및 클래식을 결합한 앰비언트 콘서트가 열렸고요. 이제 앰비언트 음악은 언제 어디서나 나만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장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일상 속 다양한 순간을 채워 줄, 앰비언트 뮤직 아티스트 8선.
여러분이 꼭 들어보았으면 하는, 앰비언트 뮤직에 관심이 있다면 알아두어야 할 뮤지션들을 모았습니다. 공항의 소음부터 아프리카의 드럼 박자, 식물이 자라는 모습, 우주의 신비함 등 다양한 영감을 음악으로 꽃피운 8명의 예술가는 오롯이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감을 선물해줄 거예요.
1. 브라이언 이노 (Brian Eno)
‘앰비언트 뮤직’이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확립한 뮤지션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제너레이티브 뮤직 (Generative Music)’을 제안하는 등 음악적 실험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어요. 그의 대표적인 <Ambient 1: Music for Airports>는 최초의 앰비언트 음악 앨범으로 평가받습니다. “최대한 흥미로우면서도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는 브라이언의 앰비언트 정신이 가장 잘 담겨있습니다.
2. 타카다 미도리 (Midori Takada)
타카다 미도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다양한 전통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앰비언트 음악으로 재해석해 선보입니다. 1983년 선보인 <Through the Looking Glass>는 당시에도 시대를 앞서나갔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등으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의 흐름에 힘입어 2017년 재발매되기도 했습니다. 신비한 세계를 거니는 듯한 가락이 매력적입니다.
3. 에이펙스 트윈 (Aphex Twin)
1980~1990년대 테크노와 앰비언트 장르를 융합하는 시도로 앰비언트 뮤직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영국의 DJ이자 프로듀서입니다. 하나의 음악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적 시도를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어요. 1994년 발표한 <Selected Ambient Works Volume II>는 우주 한가운데 있는 듯한 몽환적이고 공허한 멜로디가 돋보입니다.
4. 요시무라 히로시 (Hiroshi Yoshimura)
1980년대 도쿄 지하철, 오사카 국제공항 등 다양한 공간의 효과음을 담당한 요시무라 히로시는 일본 앰비언트 음악계의 선구자 중 하나입니다. 그의 대표작인 <Green>은 새의 지저귐과 귀뚜라미의 울음, 물줄기의 흐름 등 자연의 소리를 미니멀한 멜로디와 조합해 평온한 숲속에 온 것 같은 감상을 줍니다.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처럼 들렸으면 좋겠다.”는 요시무라의 말처럼, <Green>은 나만의 여유를 가지고 싶을 때나 마음을 편안히 하고 싶을 때 듣기 좋아요.
5. 스스무 요코타 (Susumu Yokota)
20년 동안 매년 앨범을 발매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한 스스무 요코타는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앰비언트 뮤지션입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 ‘러브 퍼레이드 (Love Parade)’에 일본인으로는 최초로 참가하며 이름을 알렸고, 테크노와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적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2000년에 발매한 <사쿠라 (Sakura)>는 일본 전통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그의 대표작입니다.
6. 모트 가슨 (Mort Garson)
캐나다의 모트 가슨은 식물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 그리고 식물도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듭니다. 세계 최대의 음악 데이터베이스 올뮤직 (AllMusic)은 그를 “이지 리스닝부터 오컬트 영향을 받은 일렉트로닉 팝까지,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기이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죠. 신시사이저의 다채로운 활용으로 극찬을 받은 1976년 작품 <Mother Earth’s Plantasia>는 아기자기하면서도 편안한 리듬이 포인트입니다. 반려 식물과 함께 들으면 더 좋습니다.
7. 막스 리히터 (Max Richter)
드라마 <블랙 미러 (Black Mirror)>와 영화 <컨택트 (Arrival)>,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등의 음악을 맡은 영국의 막스 리히터는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계의 거장입니다. 현대인을 위한 8시간짜리 자장가 <Sleep>,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낭독한 세계인권선언문과 오케스트라를 결합한 <Voices> 등 신선한 시도로도 유명합니다. 2003년 발표한 <The Blue Notebooks>는 한 편의 영화를 귀로 듣는 듯한 선율로, 듣는 사람이 자신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8. 윌리엄 바신스키 (William Basinski)
릴 테이프를 잘라 이어 붙이고, 시간이 지나 테이프가 늘어져 변하는 소리를 녹음하는 등 남다른 작업물들을 선보여 온 윌리엄 바신스키는 미국의 대표적인 ‘실험 작곡가’입니다. 그가 2002년 발표한 대표작 <The Disintegration Loops>는 오래된 테이프들을 반복 재생하며 달라지는 소리의 질감을 고스란히 살려 주목받았습니다. 2003년 <Watermusic II>는 보다 듣기 편한, 잔잔히 흐르는 물의 모습을 닮은 앨범입니다.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떠내려 보내고 싶을 때 이 음악을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