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본가에 갈 때면, 늘 찾게 되는 카페가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일종의 '의식'에 가깝습니다. 목적지를 향한 익숙한 길을 걷다보면 정신없이 지내온 나날에서 벗어나 완만한 안정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안정감은 또 다시 바쁜 일상을 살아갈 힘이됩니다. 그렇게 카페에 도착하면 그저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기도 하며, 저마다 흘려보내는 순간들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같은 장소이지만 시선을 통해 매번 달라지는 구도와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건 한 매체의 소개로부터였습니다. 그 글에서 호기심을 가지게 된 건 ‘변하지 않는 시선’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며, 곧 알 수 있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건 시선이 아닌 ‘탁구대’라는 사실을.
독일어로 탁구대를 뜻하는 ‘Tisch Tennis Platte’에서 앞 글자를 딴 제목의 사진집 ‘TTP’는 일본 태생의 작가가 독일 유학 생활 중 8층 기숙사 창문을 통해 촬영한 결과물입니다. 그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탁구대를 배경으로 벌어진 5년간의 일들을 담아냈습니다. 지독하다고 느껴질 만큼의 지속적인 호기심 덕분에 평소 동요하지 않던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작품 속 풍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정지된 군상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네트까지 설치된 탁구대지만, 탁구대의 본질인 탁구 경기를 치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본질을 잃은 탁구대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훨씬 더 다양하고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됩니다. 탁구대를 매트 삼아 운동하는 사람과 지지대 삼아 기대어 책을 읽는 이들, 또 어떤 날은 커다란 텐트를 가져와 피크닉을 즐기곤 합니다.


히야히사는 탁구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놓치지 않으려다 약속 시간에 늦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도 창밖을 봐야 했기에 그는 끈질기게 기숙사 방에서 머무르며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꾸준함'이 만든 예술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잊고 있던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탁구대’라는 일상적인 사물과 사람들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는 일상에 있어 나만의 시선과 관심, 관찰의 중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똑같은 탁구대가 있는 풍경 사진만 백 장 넘게 보는 일이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리듬감 있게 흘러가는 이미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작품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프레임 안에 있는 사람들과 다양한 날씨, 그리고 미묘하게 이동하는 탁구대의 위치 등 모든 요소가 모여 살아있다는 생동감으로 이어집니다. 사진 자체에는 아무런 소리도, 향도 없지만 작품 속 상황들의 분위기, 사람들의 웃음소리, 움직임, 공기와 바람까지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일상 속 꾸준함이 모여 하나의 의미가 되는 일, 우리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만의 탁구대는 무엇인가요?
오랜만에 본가에 갈 때면, 늘 찾게 되는 카페가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일종의 '의식'에 가깝습니다. 목적지를 향한 익숙한 길을 걷다보면 정신없이 지내온 나날에서 벗어나 완만한 안정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안정감은 또 다시 바쁜 일상을 살아갈 힘이됩니다. 그렇게 카페에 도착하면 그저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기도 하며, 저마다 흘려보내는 순간들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같은 장소이지만 시선을 통해 매번 달라지는 구도와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건 한 매체의 소개로부터였습니다. 그 글에서 호기심을 가지게 된 건 ‘변하지 않는 시선’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며, 곧 알 수 있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건 시선이 아닌 ‘탁구대’라는 사실을.
독일어로 탁구대를 뜻하는 ‘Tisch Tennis Platte’에서 앞 글자를 딴 제목의 사진집 ‘TTP’는 일본 태생의 작가가 독일 유학 생활 중 8층 기숙사 창문을 통해 촬영한 결과물입니다. 그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탁구대를 배경으로 벌어진 5년간의 일들을 담아냈습니다. 지독하다고 느껴질 만큼의 지속적인 호기심 덕분에 평소 동요하지 않던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작품 속 풍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정지된 군상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네트까지 설치된 탁구대지만, 탁구대의 본질인 탁구 경기를 치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본질을 잃은 탁구대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훨씬 더 다양하고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됩니다. 탁구대를 매트 삼아 운동하는 사람과 지지대 삼아 기대어 책을 읽는 이들, 또 어떤 날은 커다란 텐트를 가져와 피크닉을 즐기곤 합니다.
히야히사는 탁구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놓치지 않으려다 약속 시간에 늦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도 창밖을 봐야 했기에 그는 끈질기게 기숙사 방에서 머무르며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꾸준함'이 만든 예술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잊고 있던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탁구대’라는 일상적인 사물과 사람들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는 일상에 있어 나만의 시선과 관심, 관찰의 중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똑같은 탁구대가 있는 풍경 사진만 백 장 넘게 보는 일이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리듬감 있게 흘러가는 이미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작품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프레임 안에 있는 사람들과 다양한 날씨, 그리고 미묘하게 이동하는 탁구대의 위치 등 모든 요소가 모여 살아있다는 생동감으로 이어집니다. 사진 자체에는 아무런 소리도, 향도 없지만 작품 속 상황들의 분위기, 사람들의 웃음소리, 움직임, 공기와 바람까지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일상 속 꾸준함이 모여 하나의 의미가 되는 일, 우리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만의 탁구대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