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도시관찰자 EP02: 정릉동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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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âneur[플라뇌르]: 한가롭게 거니는 (사람), 거닐기 좋아하는 (사람), 빈둥거리는 (사람), 만보객

주말에 방문할 동네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과 카페, 숍들을 미리 검색하고,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돌아다닐 것인지 최적의 동선을 짜고, 미리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어디를 가든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된 요즘. 즉흥적으로 돌아다니기엔 기다리기만 하다가 하루를 망치기 십상입니다.


쉬는 것마저 점점 고도의 효율을 추구하게 되는 우리의 일상,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요?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쉬는 일에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사전 계획을 짜진 않았던 것 같은데, 더 이상 ‘목적 없는 어슬렁거림’은 실종된 것 같아 보입니다. 최고의 휴일을 완성하기 위해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동안, 그랑핸드는 빈둥거리는 만보객이 되고자 합니다. 도시를 관찰하는 플라뇌르로서 발견한 장소들을 여러분들께 조금씩 소개해 드립니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특정 장소가 아닌 동네입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정릉동에 가보았어요. 정릉동에 대해서는 건축학개론 외에는 아는 바가 전혀 없는데요, 그래서 어떤 동네인지 궁금한 마음에 무작정 가보았습니다.


정릉역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갔습니다. 2호선을 타고 가다 성수역에서 용답역으로 빠지는 다른 2호선으로 갈아타고, 그 끝인 신설동역에서 다시 한번 우이신설선을 타고 정릉역에서 하차합니다. 신설동행 2호선은 모두 지상철이라 밖을 볼 수 있어요! 점점 생활 반경에서 멀어지며 낯선 풍경이 보이니 같은 서울인데도 멀리 떠나는 기분이 들어 설레였습니다. 



정릉역에서 내려 어디부터 갈까 하다가 역시 유일하게 아는 곳인 ‘정릉'부터 가보았습니다. 정릉이 누구의 능인지 알고 계신가요? 저희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는데 태조 이성계의 계비인 신덕왕후 강 씨의 능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기대했던 것보다는 유명하지 않은 역사 속 인물이었어요.



정릉으로 가는 길에 발견한 공사 중인 교회. 우리나라 교회는 거의 다 대형의 신식 건물인데 이렇게 옛날 미국 영화에 나오던 교회처럼 생긴 건 처음 봐서 신기했어요. 정릉은 길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따로 지도를 보지 않아도 쉽게 산책하듯 동네를 구경하며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정릉에 도착. 입구에서 입장권(1,000원)을 구매하는데 직원분께서 계속 할인 대상자가 아닌지 물어보시며 어떻게든 할인을 받게 해주시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만 24세 이하,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 유공자, 한복 착용자는 무료, 성북구민은 50% 할인입니다.) 



정릉은 생각보다 매우 넓었어요. 특히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데 전부 돌면 약 5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저희는 체력을 위해 능 앞에만 머물다 떠났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어요. 



산책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선한 마음씨


정릉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목이 말라서 별생각 없이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마셨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랬습니다. 아기자기한 뒤뜰이 있는 카페였는데 웹드라마 촬영이 진행되고 있어 제대로 구경하진 못했지만 정릉 매표소 직원분 만큼 친절하셨습니다.😭 평일 오전부터 동네에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저희가 신기했는지 어쩐 일로 오셨냐며 궁금해하셨어요. 


도도화 | 서울 성북구 아리랑로19길 97




산장 빌라를 구경하며 내려오다 길 건너편에 연등으로 이어진 계단이 있어 호기심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뭔가 외부인은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폐쇄적인 느낌이었지만 ‘쫓아내면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혼자였다면 못 올라갔을 것 같아요.




올라와보니 ‘적조사'라는 아주 작은 절이 있었습니다. 고지대라 그런지 동네도 내려다보이고 소박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어요.



적조사에서 내려와 다시 건널목을 기다리고 있는데 순간 일본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동행한 팀원도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에 나오는 동네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 또한 실제 존재하는 동네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고요.



산장 빌라에서. 엄청 오래되어 보이는 듯한 경적 금지 표지판.



다시 정릉역으로 나와 내부순환도로 고가 아래로 걷습니다. 정릉천을 따라 걷기 위해 정릉 2동 주민센터에서 길을 건너줍니다. 그리고 천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올라갑니다.



정릉천을 따라 양옆으로 상업 지구와 주거지역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꽤 이색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보통은 서울 안에 이렇게 개천이 흐르는 곳이 많이 없고, 있어도 천 양옆으로 왕복 차선이 있어 물과 건물들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는데 이곳은 완벽하게 집과 가게들이 천을 품은 모습이었어요. 저녁엔 술을 마시며 물을 볼 수 있고, 퇴근길엔 천을 따라 걷다가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저 확성기에선 안내 방송이 또 어찌나 크게 나오던지 정말 신축 아파트나 신도시에선 절대 만날 수 없는 감성이 있었습니다.



물가가 이렇게 동네 한복판에 버젓이 있는 게 너무 신기해서 계속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감탄하며 걷는 중.



오래된 집들과 재개발된 신축 아파트들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여긴가? 하고 꺾어서 갑자기 시작된 달동네 오르기. 정확히 어디였는지 지도로 찾아보려고 해도 거리뷰가 제공되지 않는 곳이라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정릉 4동 주민센터 즈음 왼쪽으로 꺾어 올라갔습니다. (보국문로 25길) 지금 찾아보니 이 정릉동의 달동네를 ‘정릉골’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북한산 자락을 타고 형성된 달동네이다 보니 경사가 심해 계단밖에 없고, 오토바이조차 다닐 수 없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낙후된 집들이 있어 조금은 더웠던 봄날의 한낮이었는데도 조금은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빈집도 많고 쓰레기도 여기저기 버려져 관리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돌아다니는 동안 사람은 1~2명 정도 보았던 것 같아요. 정릉골은 서울에서 몇 안 남은 달동네로, 찾아보니 몇 년째 타운하우스 재개발 관련 기사만 가득합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재개발로 사라지기 전에 이곳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가다 만난 산장아파트. 1977년 준공된 아파트로 빽빽한 창들이 마치 거대한 유리 병풍과도 같이 웅장한 모습이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가 나왔고, 정릉동 투어의 마무리로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산장두부촌 | 서울 성북구 보국문로 205

화-일 9:30~21:30



버스 기점인 산장 아파트까지 내려온 뒤 143번 버스를 타고 돌아갑니다. 정릉동은 개발이 이루어진 곳과 서울의 옛 모습이 함께 남아있는 곳으로 정말 복잡하고 다양한 서울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동네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굳이 시간을 내서 찾아가지 않는다면 평생 알지 못했을 정겨운 동네의 풍경과 산에 인접한 동네 특유의 기운이 매력적인 곳으로, 대중교통만큼은 정말 편리하니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내서 다녀오시면 기억에 남는 서울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또 다른 재밌는 곳을 찾아 소개해 드릴게요. 추천도 받으니 나만 알기 아까운 좋은 곳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hello@granhand.com 주소도 없고, 뭐라고 말하기 애매한 곳이라도 괜찮습니다. 좋은 곳을 알려주신 분께는 소정의 선물을 드릴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향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우리에게 수많은 기억과 감정을 각인시키고, 나아가 우리 삶 속에서 많은 부분을 결정합니다. 그랑핸드는 이러한 향의 가치를 믿으며, 이를 매개로 한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향의 일상화를 꿈꿉니다. 그랑핸드는 쉽게 소비되고 잊혀질 무언가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뚜렷한 존재감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과 온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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