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ge, Sage, Pine, Woody, 
Patchouli, Musk, Moss
도시와는 달리 낮은 건물들과 그 뒤로 완만하게 펼쳐진 능선, 빠르게 지나쳐 더 아쉬운 좁은 골목들, 차창 틈으로 들어오는 기분 좋은 낯선 공기. 해가 지기 전 이 풍경 속으로 녹아들고 싶은 마음에 숙소로 향하던 차를 갓길에 세우고 느리게 걸어본다. 발길 닿는 곳으로 걷다 도착한 능원에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순간을 예찬하고 있다. 적당한 크기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찾아 그 아래 자리를 잡는다. 바빴던 일상의 기억은 금세 둔해지고 바람이 닿는 살갗이 기분 좋게 저려온다.
Myrrh, Cedarwood, Frankincense, 
Sandalwood, Pepper, Musk
자다 깨 나온 거실에는 느릿하게 점멸하는 트리 아래 나 때문에 잠이 깬 토토가 부스스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카펫에 자리를 잡고 눕자 내 품 안에 들어와 털썩 쓰러진다. 복슬복슬한 털을 쓰다듬는다. 불 꺼진 벽난로에서는 이따금 틱틱거리는 소리가 난다.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다 배 위에 멈춘 손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진다.
Bergamot, Patchouli, Sandalwood, 
Oakmoss, Peru balsam, Vanilla
모임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자리를 피해 복도에서 담배를 태운다. 빈방을 찾아 가죽 소파에 파묻히듯 앉는다. 눈을 뜨니 테이블 맞은편에 누군가 앉아있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잔을 건넸고 나는 한 번에 들이킨다.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다시 눈을 뜨니 아침. 대놓고 비웃던 그녀의 낮은 웃음소리는 꽤 근사했다.
Marine, Jasmine, Geranium, 
Cedarwood, Amber, Melon
비슷한 옷차림과 취향,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대화들. 영화 속 존 말코비치처럼 똑같은 얼굴들로 가득 찬 연회장에서 현기증을 느낄 때쯤, 저 멀리 사람들 사이에서 그를 발견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존재감을 지우려는 듯 더 크게 웃었다. 강한 끌림과 미묘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등을 돌려 타인과의 의미 없는 대화에 힘겹게 집중했다.
Bergamot, Juniper, Grapefruit, Mint, 
Patchouli, Neroli, Frankincense
이른 아침부터 한바탕 비에 젖은 공원은 갑자기 나타난 햇살로 숨죽이며 반짝거린다. 한 달에 하루, 이곳에서 함께한 그 사람과의 인연은 그리 길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정해진 날짜에 여기에 오는 것이 나만의 작은 취미가 되었다. 정자에 앉아 바라본 공원은 저 멀리 강 맞은편의 높은 빌딩 숲으로 물러난 비구름과 대비되어 아침인지 노란 해 질 녘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TOPLemon, Bergamot, Grapefruit, Coconut
MIDDLEJasmine, Rose, Green-note, Tea tree, Eucalyptus
BASEAmber, Musk
짐 정리를 마칠 때쯤, 어느새 노란 햇살은 낯선 새 집의 안쪽 부엌까지 이미 들어와있었다. 선물로 받은 홍차와 다기를 꺼내 테라스에 펼쳐둔다. 찻잔에 따를수록 노을빛으로 진해지는 색을 멍하니 바라보다 퍼뜩 생각이 난 듯 주방으로 달려간다. 냉장고에 있는 레몬을 꺼내 얇게 썰어 식기 전에 찻잔에 퐁당 빠뜨린다.
TOPLemon, Orange, Coconut
MIDDLEPine, Rose, Muguet, Nutmeg, Thyme, Green-note
BASEAmber, Musk, Cedarwood, Sandalwood
지하로 내려가자 건물 뒤편의 숲과 연결되는 넓은 작업실이 나왔다. 여기저기 쌓여있는 목재 부스러기들과 미처 작품이 되지 못한 나무들. 공간은 오직 단 한 사람의 손길이 나이테처럼 쌓였다. 숲으로 이어지는 큰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틈 사이를 비집으며 비바람이 들이쳤고 구석에서 졸고 있던 주인 잃은 시간들이 일어난다.
TOPLemon, Apple, Peach
MIDDLEMuguet(Lily of the Valley), Jasmine, Rose, Green-note, Aqua-note
BASEMusk, Amber, Cedarwood, Sandalwood, Vanilla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던 서랍 안에선 스카프와 장신구, 각종 잡동사니 사이로 익숙한 분 냄새가 일었다. 코팅된 네잎클로버가 끼워진 오래된 수첩을 펴자 한 쪽에는 손으로 쓴 지인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었고, 그 옆에 놓인 빛바랜 사진에는 양장에 하이힐을 신은 나와 꼭 닮은 젊은 여자가 활짝 웃고 있었다.

TOPLemon, Black Currant, Tangerine, Cut Grass
MIDDLELily of the Valley, Jasmine, Rose, 
Freesia, Peach, Apricot, Apple
BASESandal Wood, Cedar, Amber, White Musk
방금 사온 꽃다발의 포장을 뜯어내 반 정도 물이 담긴 투명한 병에 꽂는다. 꽃 한 다발에서 내어지는 생기가 테이블 주변으로 서서히 퍼져나간다.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 한 입 베어 물고 다시금 꽃다발에 코를 가까이 댄다. 옅게 깔린 꽃내음 위로 올라오는 상큼함을 나는 느리게 삼켜낸다.
TOPLemon, Tangerine, Grapefruit, Black Currant
MIDDLEBasil, Iris 
BASEPatchouli, Vetiver
식물원 B관의 입구문을 열자마자 높게 뻗은 열대나무에 시선이 갔다. 열대나무의 맨 위 이파리는 전면 유리로 된 천장과 거리가 얼마 차이 나지 않아 보였고, 그 끝에 시선이 다다르자 목뒤가 뻐근해져 고개를 숙였다. 길 양옆으로는 식물들이 빽빽하게 늘어섰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초록과 어우러진 화려한 색감의 식물들이 뿜어내는 수분기 있는 싱긋한 향이 진해졌다.
TOPMandarin, Pear, Lemon
MIDDLERose, Lily of the Valley, Orchid 
BASEMusk, Toffee, Patchouli
서핑보드에 앉아 두 다리를 흔들어 바다 표면을 흩뜨렸다. 자잘하게 햇빛이 반사되는 물결 사이로 어렴풋한 바닷속을 내려다본다. 방금 들어갔다 나왔는데도 밖에서 보는 바다는 깊이감이 없어 다시금 속이 궁금해진다. 서핑보드에서 내려오자 온몸으로 전해지는 차가움에 짧은 숨을 들이쉬고 바다 아래로 헤엄쳤다.
TOPPeach, Plum, Apricot 
MIDDLEJasmine, Lily of the Valley, Gardenia 
BASEVanilla, Musk
초대받은 집 앞에 도착하여 숨을 한번 거르고 초인종을 눌렀다.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고 얼마 안 있어 문이 열렸다. 현관에서 보이는 내부는 예상보다 더한 고급스러움이 느껴져 나는 절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실로 향하면서 지나친 복도는 크고 작은 그림들이 여러 개 걸려있는 것이 전부였다. 복도 끝에는 벽면의 반 이상을 채우는 큰 그림이 세워져있고 그 옆에 스탠드 조명이 그림 전면을 비추었다.